2023년 4월 9일

[핀다레터] #27 결혼했지만 결혼한 게 아닙니다

2023년 6월 15일 업데이트됨

에디터노트 #27 - 위장 미혼 부추기는 '결혼 페널티'

"혼인신고하면 집 못 산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2,000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25~49세 연령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인구 구조상의 여파겠지만, 혼인신고를 해야만 통계로 잡히는 혼인율이 실제 결혼 건수에 비해 못 미친다는 분석이 있어요.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혼인신고를 하는 것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혼인신고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최대한 미루려는 신혼부부들이 대다수인데요. 도대체 얼마나 이득이 크길래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1>1+1'이라고? 커뮤니티 뜨겁게 달군 '결혼 페널티'

들어보면 다 맞는 말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혼인신고 하면 생기는 불이익'이라는 게시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됐어요. 혼자서는 100의 이익을 얻는다고 했을 때, 혼인신고를 하면 50으로 줄어든다는 말과 함께 엄청난 페널티가 따라온다는 주장이었죠.

글쓴이는 각종 전세대출, 청약, 세금 제도를 낱낱이 파헤치며 혼인신고를 했을 때의 이점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합니다. SNS에 반지와 같이 혼인신고서를 올릴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말이죠. 이 글은 수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결혼 페널티’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는데요. 혼인신고를 하면 1인가구일 때 받던 각종 지원이 끊기거나 제약을 받게 되는 정책들이 생기면서, 이를 기피하기 위해 결혼을 한 뒤에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말이죠. 이는 괜히 생겨난 말이 아닙니다. 현행 제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거든요.

💍 미혼 권하는 대출 제도

쉿! 결혼했지만 결혼 안 한 걸로 쳐줘요.

미혼을 장려하는 대출 제도? 실상은 어떨까요?🤔

정부는 신혼부부가 주택 구매자금을 대출할 때 낮은 금리(연 2.40%)로 이용할 자격을 기존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올리고, 전세자금 대출(연 1.65%) 요건도 6000만원 이하에서 7500만원 이하로 높이기로 했어요. 또 공공분양 다자녀 특별공급에 지원하기 위한 자녀 수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고, 향후 5년간 신혼부부에 공공‧민간분양 물량 43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죠.

하지만 신혼부부나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와요. 정부가 책정한 '소득 기준' 때문이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초혼 신혼부부의 연간 평균소득은 6400만원이에요. 그러나 맞벌이 부부라면 평균 소득이 8040만원으로 늘어나죠. 상당수의 맞벌이 부부는 금리 1.65%대의 전세자금 특례대출을 못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기준금액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방식으로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 역시 1인가구일 때 더 받기 쉬워요.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근로장려금의 연소득 기준이 단독가구는 2200만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3800만원 미만이라고 밝혔어요. 사람은 2배로 늘어나는데 소득 인정액은 1.7배에 그치는 것이니 소득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는 셈이죠.

😓 청약, 세금도 마찬가지...'소득 기준'부터 바꿔주세요!

결혼은 했지만 혼인신고를 안 하기 위해 제도를 낱낱이 살펴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청약 제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죠. 맞벌이 신혼부부가 주택청약 우선 공급 조건이 되려면 부부 중 1인의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데요.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4024만원이었어요. 맞벌이 부부라면 합산 소득이 8000만원을 쉽게 넘기게 되죠. 맞벌이 부부가 청약 우선 공급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이유예요.

역으로 결혼 전 각각 주택을 소유했을 때도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을 피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기도 해요. 미혼 시절 특별공급으로 각각 청약을 받고 결혼한 뒤 2주택자가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죠.

이처럼 대출, 청약, 세금까지 현실적으로 혼인신고를 통해 얻는 장점이 거의 없다 보니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이 당연해지고 있어요. 심지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자식을 낳고도 미혼모로 남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고요. 앞서 내용에서도 보셨듯이 대부분의 원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소득 기준'에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신혼부부를 위한 대책도 꼼꼼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이들의 비중은 전체 신혼부부의 절반을 넘습니다. 2021년 통계청 자료를 봐도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 낳기를 더 꺼려한다(소득구간 3000만원~5000만원 0.85명, 7000만원~1억원 0.64명)는 걸 알 수 있죠. 이런 이유로 신혼부부 비중이 높고 여력이 있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요.

소득 기준을 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의 신혼부부와 1인가구 실태에 맞는 정책 변화가 이뤄져야겠죠. 더 이상 위장 미혼이 당연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길 바라며 현실적인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은 위장 미혼을 부추기는 '결혼 페널티'를 다뤄봤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부, 부모로서 법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촌극은 없어져야겠죠.

훗날 지나고 보면 한때 있었던 해프닝 정도로만 남길 바랍니다.😅


Edit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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