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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말고 적금’ 은행의 오픈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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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낚아채 구매하는 ‘오픈런(open-run)’. 들어보셨죠?

한정판 신발이나 명품을 구매할 때나 쓰이던 ‘오픈런’이라는 단어가 은행에도 등장했습니다. 은행이 물건 파는 곳도 아닌데 웬 오픈런이냐고요? 바로 고금리 예·적금 상품 때문입니다.


주린이, 코린이를 설레게 했던 투자 광풍은 올 들어 수익률 마이너스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사그라들었고, 갈 곳 잃은 돈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피난처인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생겨나는 현상입니다. 적어도 예·적금 상품은 손해를 보지는 않으니까요. 이렇게 시중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돌아오는 것을 ‘역(逆) 머니 무브’ 현상이라고 합니다.


은행으로 돌아온 돈, 얼마나 많아졌을까요?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690조 366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722조 5천602억 원으로 상반기에만 32조 5천236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선착순 특판상품 10분 만에 완판…고금리 상품 경쟁하는 은행들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선 이달 들어 최고 연 6.0% 이자를 주는 1년 만기 정기 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가입자를 하루 90명으로 제한했는데, 은행 문을 연 지 30분 만에 판매가 끝났습니다.


케이뱅크가 지난 11일 오전 10시 천억 원 한도로 내놓은 연 3.0%의 100일 짜리 예금상품도 10분 만에 완판됐습니다. 엄청난 속도네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앞으로 3%대 예금, 5%대 적금 상품이 잇따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하나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예·적금 총 30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9% p 인상했습니다. 주택청약종합저축과 동시에 가입하면 만기에 2배의 금리를 적용 받는 ‘내 집 마련 더블업 적금’은 1년 만기 금리가 최고 연 5.0%에서 연 5.5%로 올랐습니다.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월복리 적금 상품(주거래 하나 월복리 적금·급여하나 월복리 적금·연금하나 월복리 적금) 금리는 1년 만기 최고 3.7%, 3년 만기 최고 4%로 인상됐습니다. 


우리은행도 21개의 정기예금과 25개의 적금 금리를 최대 0.8% p 인상했는데요, 예금상품은 비대면 전용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을 최고 연 3.10%에서 최고 연 3.60%로 인상하고, 그 외 다른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도 0.25~0.50% p 인상했습니다. 적금은 금리 인상 폭이 더 큰데, ‘우리 SUPER 주거래 적금’은 최고 연 3.65%에서 최고 연 4.15%로, ‘우리 으쓱(ESG) 적금’은 최고 연 2.90%에서 최고 연 3.70%로 올랐습니다.


NH농협은행 역시 예·적금 금리를 최대 0.6% p 높였습니다. 농협은 거치식 예금 금리를 0.5%p, 적립식 예금 금리를 0.50~0.60% p 각각 인상했습니다. 

안전자산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출시한 카드사도 등장했습니다. 신한카드는 우체국과 협업을 통해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최대 연 9.2%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적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제로 금리에서 5%대로…예·적금 금리 치솟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여파로, 한국은행도 ‘빅스텝’을 단행했고, 시장금리가 뛰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금리 인상이 바로바로 체감된다는 건데요, 그만큼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겁니다. 과거엔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미칠 영향 등 여러 가지 사안을 논의하고 예·적금 상품 금리에 반영하는 데까지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한은의 기준금리가 바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데,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시중은행들의 ‘이자 장사’가 과도하다는 경고를 보낸 영향이 가장 큽니다.  지난달 대통령부터 금감원장, 국민의힘까지 은행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경고를 보냈고, 실제로 예대금리차가 7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지면서 은행들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죠. 

특판상품을 비롯해 앞으로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주의할 점은 없을까요? 

통상 우대 금리를 받으려면 각 금융사에서 내세우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에 가입해야 하거나, 카드 실적이 있어야 하거나 추가로 개설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으니 자신의 금융 패턴을 살펴보고 무리가 되지 않는지 따져보는 게 좋습니다. 또,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금리가 높은 편인데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 한도가 5천만 원인 점, 참고해서 고금리 시대에 맞는 재테크 계획 세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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