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 낮추는 "금리인하요구권", 지금 바로 행사하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죠. 뭐라도 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인데요.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 대출금리를 낮추는데도 딱 들어맞는 명언인 것 같습니다.
바로 ‘금리인하요구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출자라면 누구나 금리를 낮춰달라고 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요, 쉽게 말해 ‘내가 돈을 빌릴 때보단 나은 사람이 됐으니 재평가하라’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금리인하 요구를 받은 은행은 고객의 신용 상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살펴보고 금리를 인하해줄지 말지, 인하한다면 얼마나 해줄지를 결정합니다.
은행은 고객이 ①취업·승진이나 이직으로 소득이 증가하는 등 재무 상태가 개선됐거나, ②신용평점이 올라가서 신용도가 좋아졌거나, ③이 밖에 개인의 신용도가 상승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느냐를 따져 인하를 결정합니다. 신청은 각 은행 창구에서 해도 되지만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신청을 받은 은행은 금리인하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요구를 수용할지 말지 결정해 고객에게 통지해줘야 합니다.
밑져야 본전인데 신청만으로 이자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니 대출 이자를 낮출 수 있는 굉장히 유용하면서도 쉬운 방법일 겁니다.
은행들 금리인하요구권 실적 공시 시작…수용률 올라갈까?
그런데 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처음 도입한 게 2002년이라는 사실 아시나요? 당시 각 금융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다가 2019년 6월부터 법제화돼 의무로 자리 잡았습니다. 금융사는 고객에게 마치 ‘미란다 고지’처럼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알려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권리를 실제로 행사하는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신청해도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수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죠.
금융권 전체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한 건수는 지난해 기준 91만 건이었는데요, 2017년 20만 건에서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국내 대출 차주에 비하면 적은 숫자죠. 또, 수용 건수는 12만 건에서 34만 건으로 늘긴 했지만 수용률은 더 낮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단체들은 은행이 안내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는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기로 했고, 8월 30일 첫 공시가 시행됐습니다. 공시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 금리인하 신청 건수는 모두 88만 8,619건. 이 가운데 22만 797건이 수용됐습니다. 감면받은 이자 액수는 총 728억 2,900만 원에 달했습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나눠서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85만 236건이 신청돼, 이 가운데 23.6%가 수용됐고, 감면된 이자는 187억 8,200만 원이었습니다. 기업대출은 3만 8,383건 신청에 1만 9887건(51.8%)이 수용됐습니다. 감면된 이자는 540억 4,700만 원이었습니다.
가계대출을 기준으로 어느 은행에 제일 금리인하 요구를 잘 들어줬나 봤더니, NH농협은행의 수용률이 60.5%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이 46.1%, KB국민은행 37.9%, 하나은행 32.3% 순이었습니다, 신한은행은 29%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가 17.8%로 가장 낮았고, 카카오뱅크 19%, 케이뱅크 24.6%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수용률만 봐서는 한계가 있는데요, 신청 건수 자체가 월등히 높으면 수용률은 비교적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은행끼리 비교를 할 때는 수용 건수와 이자 감면 총액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13만 1,935건으로 다음으로 많았던 KB국민은행(3만 3,649건)의 4배에 달합니다. 또 신한은행 수용 건수는 4만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자 감면액도 47억 100만 원으로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금리인하요구 실적 공시가 소비자에게 좋은 두 가지 이유
소비자 입장에선 두 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우선 앞서 봤듯, 어느 은행이 금리인하 요구를 잘 받아주는지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출할 은행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또 하나는 ‘비교’가 은행 간의 경쟁을 자극해서 금리인하 요구에 대한 수용률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은행들 ‘이자 장사’를 막겠다며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와 비슷한 측면이 있죠. 차이점이 있다면 매월 공시하는 예대금리와는 달리, 금리인하 요구 실적은 6개월 단위로 공시돼 하반기 실적은 내년 2월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습니다. 수용률이 아직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니 인하 조건에 해당한다 싶으면 은행 문을 두드려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