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노트 #26 - 법정 최고금리의 문턱에 놓인 사람들
'최고 연 15.9%에 당일 최대 100만원'
10% 중반에 달하는 고금리에 적은 한도만 보면 마치 대부업 광고 문구 같지만 놀랍게도 정부가 빌려주는 상품이었습니다. 사전 예약자가 2만 5천여 명 넘게 몰렸던 서민정책금융 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의 대출 조건이었죠.
대상은 신용점수 하위 20%이고 연 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취약계층이었습니다. 현재 금융사에 연체 중인 대출이 있어도 빌릴 수 있고, 신청 당일 즉시 지급해주죠. 최초로 5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하면 추가 대출을 해주는데, 병원비나 학자금 등 급한 사유를 증명하면 처음부터 100만원을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고작 50만원을 빌리려고 법정 최고금리 20%에 육박하는 고금리 상품을 왜 빌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2만 5천명에게는 금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신용점수 하위 20%에 포함된 사람들은 여기서 이 돈을 빌리지 못하면 연평균 414%에 달하는 불법 사채로 내몰리게 되니까요.😥
불법과 합법 사이 위태로운 그 어딘가, 법정 최고금리 20% 기로에 서있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 대부업체 70%가 법정최고금리 20%로만 대출...이마저도 안 되면 '불법'의 늪으로
2011년 연 39%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최근까지 총 4차례 인하돼 지난해 7월 7일, 연 20%까지 내려온 바 있습니다. 이는 불법이 아닌 제도권 내에 있는 금융권이라면 모두 적용됩니다. '제3금융권'이라고도 불리는 대부업권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오면서 서민,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졌다는 점인데요. 20%로 이자를 받아도 조달비용과 관리비용을 감안하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아예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연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낸다고 해도 돈 빌릴 곳이 사라진 이들은 급전 창구가 막히면서 시선을 카드 리볼빙으로 돌립니다. 돈이 필요한 이들이 카드결제를 미루고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죠. 리볼빙은 카드론과 달리 금융상품이 아니라 부가서비스로 분류돼서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DSR 규제에서도 제외되죠. 하지만 이 역시 이월된 금액에 10% 중후반의 높은 수수료가 붙고 이월 금액이 커진 만큼 결제금액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그 다음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불법사채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지옥 그 자체입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채를 이용한 이들의 평균 대출액은 382만원, 평균 거래기간은 31일이었는데요. 평균금리는 연 단위로 환산하면 무려 414%나 됩니다.😱
차마 법의 테두리를 넘지 못했다면 갖고 있는 물건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전당포로 가는 것이죠.
💍 전당포마저 사라지고 있다?
전당포에서는 웬만한 물건은 담보로 잡아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라지고 있다고.
전당포는 토지와 가옥, 재물, 채권 등을 담보로 돈을 꿔주거나 꿔 쓰는 ‘전당(典當)’에 가게를 뜻하는 ‘포(鋪)’자를 덧붙인 말입니다. 물건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사금융업의 일종으로, 영세 대부업체로 분류됩니다. 전당포 대출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의 신용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오로지 담보물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전당포라고 해도 아무 물건이나 받아주진 않습니다. 전당포 입장에서는 진품 여부를 즉석에서 바로 판단하기 힘들고, 장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니 선뜻 좋은 가격에 물건을 맡아주기 어렵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종로의 한 전당포를 방문해서 갖고 있던 핸드폰, 시계, 귀금속 등을 담보로 쳐주는지 물어봤지만 전부 거절당했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가진 물건의 값어치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제 소유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방문했던 탓이었죠.
그런데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었던 전당포마저도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면서 사무실 임차료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돈이 회수되지 않는 경우까지 늘고 있어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법정 최고금리 논쟁 재점화, 신중 또 신중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하게 되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 발생하게 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정 최고금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치열하게 맞서고 있죠.🔥
법정 최고금리를 높이자는 측에서는 정부가 최고 금리를 기존 24%에서 20%로 제한하자 수익성이 악화한 제2금융권·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축소했고, 결국 서민들이 급전을 구할 수 없게 된 것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반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자는 측에서는 미국 긴축이 지속됨에 따라 고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 여야 의원들도 최고금리를 10%대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죠.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최고금리를 시장 금리에 연동해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은 최고금리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금리 변동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시장 연동형 최고금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죠.
금융당국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지난 1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법정 최고금리 20% 제한으로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취약차주가 불법사금융으로 빠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 모두 있어 조금 더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는데요.
저신용자 서민과 은행, 대부업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묘수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돈 구할 곳이 없어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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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법정 최고금리를 다뤄봤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 문턱에 영향을 미치는 법정 최고금리,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핀다와 함께 현명한 대출습관을 만들며, 금융불안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만들어봐요!👍
Edit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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