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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예대금리차, 소비자 부담 정말 줄어들까?


예대금리차-공시-소비자-부담-줄어들까

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예, 적금 금리가 올라가는 이유!

은행들이 이례적으로 대출금리는 내리고 예·적금 금리는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비교공시가 시작되면서 국내 내로라하는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 '이자 놀음' 비난을 의식한 행보입니다.

은행 예대금리차의 투명한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이 각 은행이 공시한 정보를 비교해 가장 유리한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해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도록 하려는 취지죠. 금리 인상기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은 새 금융당국의 '예대마진 축소' 움직임이 크게 작용하면서, 각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리고 예·적금 금리는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가 매달 공개되는 만큼 각 은행으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그동안은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는 각 은행이 분기별(3개월마다)로 자체 공시했었기 때문입니다.



'땅 짚고 헤엄' 이자 장사 눈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반면 예금금리는 ‘찔끔’ 올려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예대금리차를 통해 손쉽게 수조 원의 이익을 낸다는 거죠.


실제로도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었습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금리 상승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18조 8,674억 원의 이자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상반기 이자이익을 보면 KB 5조 4,418억 원, 신한 5조 1,317억원, 하나 4조 1,906억원, 우리 4조 1,033억원입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약 17%, 많게는 24%가량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순이익도 덩달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습니다. KB와 신한금융그룹은 각각 2조 7,566억 원, 2조 7,208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하나와 우리금융도 1조 7,000억 원대 순이익을 기록했고요.



열흘 동안 두 번이나 대출금리 내려...“기현상"

이런 은행들의 모습을 두고 금리 인상기 속 비판의 눈총이 쏟아졌습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빚은 1,000조 원에 육박하고 가계의 빚도 1,900조 원에 가까이 다가가며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쪼그라드는 가운데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고요. 가계 빚 1,900조 원에 대해 대략 계산기를 두드리면 금리가 1%포인트 뛰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19조 원 늘어납니다. 제로금리(연 0.50%)였던 한은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해 현재 연 2.50%에 이르고 있다는 점만 봐도 가계의 이자 부담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같은 금리 환경과 새 정부의 민생 안정 최우선 과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가 지난달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공시는 1개월마다 이뤄지며 예대금리차 산출 대상은 전달 신규로 취급한 금액 기준입니다.


예대금리차가 크다는 것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를 내세워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은 열흘 동안 두 번이나 대출금리는 낮추는 기이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을 활용해서요. 예·적금 금리 인상, 즉 수신 금리가 올라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당장은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고 대출금리는 내려 금융소비자에게 좋은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논리라는 것이 작용하는 만큼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도돌이표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옵니다. 가령 예대금리차 공시로 인한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의 재료가 됩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그 취지와 다르게 저신용·서민 대상으로 대출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고신용자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취급해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손해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실제 이번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취급한 몇몇 인터넷 은행은 되레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 것으로 낙인찍히기도 했죠. 평균 대출금리를 낮추려면 은행이 중·저신용·취약계층의 대출을 줄여야 하는 만큼 보이는 '숫자' 낮추기에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제도에 대해 이런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중이 높다는 등의 은행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일부 보완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예대금리차가 매달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기업대출 가중 평균 금리에서 예적금 등 수신 금리를 뺀 값, 즉 단순 평균치로 공시되는 만큼 공시만 믿고 은행을 선택하기에 변수가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대출이 실행될 때 은행 자체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만큼 공시 내용과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수록 은행별 예,적금과 대출 상품을 비교해주는 서비스를 잘 활용해서 나에게 적합한 금융 상품을 시시때때로 확인해두어야 합니다. 필요할 때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요.


참 복잡하죠. 점점 금융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세상입니다. 모르면 손해를 보는 세상이 된 것이죠. 방대한 정보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잘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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